[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보이그룹 전성시대다. 한동안 걸그룹이 우세하더니, 보이그룹이 5세대 포문을 열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특히 대형 기획사에서 론칭한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 '투어스' 등은 이지리스닝 계열의 독자적 장르로 가요계 흐름까지 이끌고 있다. 이 자리에 걸그룹들이 뛰어든다. 베일에 싸여있는 전략보다 대중 인기를 어느 정도 가늠하고 전략을 세워 데뷔하는 추세다. 유독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신인 걸그룹이 많은 이유다.

하이브 레이블 빌리프랩은 내달 5인조 걸그룹 '아일릿'을 선보인다. 지난해 9월 종영한 JTBC 오디션 '알 유 넥스트?(R U Next?)'를 통해 결성된 팀이다. 당초 6인조로 데뷔할 계획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최종 2위였던 영서가 돌연 탈퇴하면서 재정비를 했다. 걸그룹 열풍의 주역인 4세대 '르세라핌', '뉴진스'가 속한 하이브에서 내놓는 팀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세대에서는 콘셉트 확실한 팀들이 두드러진 만큼 아일릿도 팀 색깔을 정의하는 게 관건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이 설립한 신생 기획사 F&F엔터테인먼트도 내달 걸그룹 '유니스'를 데뷔시킨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TV 오디션 '유니버스 티켓'을 통해 결성된 8인조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2년6개월 동안 활동하게 된다. 필리핀 멤버들은 정식 데뷔 전부터 SBS와 필리핀 방송사 GMA가 공동 제작하는 '런닝맨 필리핀'에 출연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F&F가 오디션에 100억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다. 스타 프로듀서들의 서포트 아래 신곡을 선정하는 것에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오는 4월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를 내세운다. 이들은 자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리고 결성된 팀이다. 지난해 11월에 데뷔했지만 별다른 국내 활동이 없었고, 핵심 멤버로 꼽혔던 아현이 복귀하면서 7인조 데뷔 격이 됐다. 아현은 앞서 서바이벌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외 팬들을 결집한 상황이었기에 베이비몬스터의 향후 행보에 더욱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오디션 출신 그룹의 강점으로 '경험'을 꼽았다. "몇 년 간의 고되고 치열한 트레이닝 과정을 오디션에서는 짧으면 2~4개월 안에 농축해서 경험하고 증명해낸다. 생존을 위한 성장과 경쟁 그리고 관용과 배려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골고루 훈련된다"며 "실전과 연습을 동시에 진행하기에 그만큼 모든 역량에서 빠르게 진화한다. 갓 데뷔한 신인의 성장통이 있는데 이들은 그 부분에서 선행 학습과 복기를 거친 후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디션 출신 멤버들을 영입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4월 중에 4인조 걸그룹 '캔디샵'을 론칭한다. 멤버 중 사랑, 수이는 2022년 2월 종영한 MBC TV 오디션 '방과후 설렘' 출신이다. 오디션에서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팬을 확보한 채로 데뷔하게 됐다. 여기에 용감한형제 프로듀서가 '브레이브걸스' 이후로 13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더뮤즈엔터테인먼트에서 내달 데뷔하는 5인조 걸그룹 '리센느’에는 MBC TV '방과후 설렘', 채널A '청춘스타' 등 오디션 출신 멤버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가요 관계자 B씨는 "올해 보이그룹 홍수 속 신인 걸그룹들의 출격이 굉장히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나올 신인 걸그룹들이 대형 기획사 출신이거나, 입증된 프로듀서들이 제작하는 팀이다. 음악과 퍼포먼스,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5세대 그룹들의 전쟁의 서막이 아닐까"라고 했다.

A씨는 "3년째 신인 걸그룹의 강세가 이어져왔고 이들이 스타급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걸그룹 론칭에 대한 니즈가 많은 편이다. 5세대 대표 걸그룹 타이틀을 차지하는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대형 회사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한 그룹들도 기대되지만, 최근 선전했던 피프티 피프티, 하이키 같은 중소 기획사 그룹들을 보면 자본력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