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톱 가수 임영웅이 산전수중전(山戰水中戰)에 공중전까지 치르며 첫 스타디움 입성을 팬덤 '영웅시대'와 함께 성황리에 자축했다.

임영웅은 26일 오후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에서 달(月)을 띄웠다.

이날 오후 한 때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임영웅이 공연을 시작하자 비가 잦아들었다. 이후 공연 초중반에 기구 내부의 공기를 불로 가열하는 열기구가 아니라 헬륨가스를 이용한 덕분에 전날처럼 띄울 수 있었다.

확연하게 땅거미가 찾아오기 직전인 오후 7시40분께 날아오른 임영웅은 "영웅시대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너무 넓어서 열기구(헬륨기구)를 타게 됐다며 여러분과 눈을 마주치고 싶어요. 다만 2층 바닥이 미끄러우니 앉아서 봐주세요. 제가 여러분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영웅은 공중전을 위해 두둥실 떠올랐다. 약 10분동안 공연장 공중을 천천히 누비며 삼면에 있는 영웅시대와 골고루 인사했다. 그러는 가운데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등 '사랑 시리즈' 세 곡을 들려줬다.

임영웅은 헬륨 기구에서 내려온 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충분히 두려웠을 법한데 임영웅은 하지만 하나도 떨지 않고 노래했다. 그는 "열기구가 정말 안전하게 잘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오는데 쉽지 않더라"고 했다.

임영웅과 영웅시대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연장엔 약 5만명이 운집해 객석엔 빈틈이 없었다.

임영웅은 "이깟 날씨 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가 오는 날에 언제 공연을 해보겠어요. 영웅시대 여러분은 촉촉해진 감성으로 안전만 잘 챙겨주시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한다는 '축구 마니아' 임영웅은 "축구할 때도 수중전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오늘 노래도 더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춤은 더 잘 출 지는 모르겠어요. 시원해서 좋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성지로 통한다. 5만명 안팎의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이곳은 톱가수가 아니면 서기 불가능하다. 그간 국내 붙박이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비롯 한류그룹 '빅뱅', 빅뱅 리더 지드래곤, '강남스타일'의 싸이, 대세 그룹 '세븐틴(SVT)' 등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2016년 데뷔한 임영웅은 케이스포돔, 고척스카이돔에 이어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국내 굵직한 공연장에 계단식 성장으로 입성하게 됐다. 지난해 투어에서 1만석이 넘는 케이스포돔에서 여섯 차례 공연하며 티켓 파워를 과시한 임영웅의 스타디움 공연장 입성은 예견됐다.

단지 트로트 가수를 넘어 다양한 장르를 부르는 보컬이 된 임영웅은 이번 공연으로 명실상부 '공연 장인' 반열에 오른 셈이다.

실제 이번 콘서트 장르도 다채로웠다. 록 장르 '런던보이'는 댄스곡으로 편곡됐는데, 댄스 크루 '프라우드먼' 립제이가 협업 댄서로 나섰다. '두 오어 다이(Do or Die)' '홈(Home)'은 EDM 장르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했다. '따라따라' 등 트로트 무대 순서도 알차게 준비한 임영웅은 "트로트곡이 꽤 쌓여 트로트만 부르는 콘서트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 준비만 1년…"더 큰 꿈 펼쳐 보이겠다"

임영웅은 "공연장이 너무 커서 (구역을) 나눠서 인사해야겠다"며 동쪽, 서쪽 등을 각각 바라보며 인사했다. 이미 치열한 티케팅으로, 팬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호남평야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을 받은 임영웅인 만큼 이번 서울월드컵경기장 2회차 콘서트 예매도 단숨에 매진됐다.

1년 넘게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는 임영웅은 "모든 걸 다 넣은 공연이라 다음엔 제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 데서나 해도 된다고 하시는데, 작은 데서 하면 뭐라고 하실 거 안다. 하하. 여기 빌리는 데도 힘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공연장보다 더 커도 가득찰 수 있을까. 과연 영웅시대의 한계가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더 꿈 펼치고 싶다. 저는 어디가 됐든 여러분과 함께 하면 신나게만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하면서 울컥했다고 털어놓은 임영웅은 "오늘은 씩씩하게 올라왔어요. 어제보다 더 신나게 놀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과 이날 치러진 이번 공연엔 양일간 약 10만명이 운집했다. 임영웅이 "밖에 2만명 정도 계신 거 아니냐"라고 할 정도로 공연장 밖에 진을 친 인파도 상당했다. 중장년층 부모를 모시기 위한 이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돗자리 등을 깔고 소리만 듣고자 한 중장년층도 꽤 많았다.

◆잔디 보호에 연출력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측은 그간 잔디 훼손 등의 문제로 K팝 콘서트 대관에 난색을 표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임영웅이라 가능했다. '축구 사랑'으로 유명한 임영웅은 지난해 4월 이곳에서 열린 K리그 'FC 서울 대 대구 FC' 경기에 시축자로 나선 적이 있는데 잔디 훼손을 우려해 축구화를 신고 나서 화제가 됐다. 그런 임영웅이기에 경기장 측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라운드 잔디 위에 의자를 설치해 객석을 만드는 보통의 공연과 달리 이번 임영웅의 콘서트는 그라운드엔 관객이 입장하지 않았다. 아울러 북측에 잔디를 침범하지 않고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또 그라운드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고 4면을 돌출무대로 둘렀다. 축구계가 임영웅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다만 그라운드 한가운데에 섬처럼 중앙 무대를 설치해 집중도를 높였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그 무대 주변엔 온통 흰 천으로 둘렀는데, 미디어아트 같은 각종 조명·영상 연출을 위한 하얀 캔버스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울러 임영웅은 명실상부 팔방미인이 돼 가고 있다. 신곡 '온기' 뮤직비디오에서 배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임영웅은 '온기' 영상이 공개된 이후 "배우 임영웅"이라고 영웅시대를 웃겼다. 해당 영상의 풀버전은 30분이 넘는데, 추후 OTT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이번 공연 준비 과정 그리고 실황을 담은 영화가 오는 8월28일 CGV에서 개봉한다고 귀띔했다.

◆중장년 위한 배려 계속

관객의 대부분인 중장년층을 위한 임영웅과 소속사 물고기뮤직의 배려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에 이들 건강을 챙기기 위한 각종 부스가 마련됐다. 대량의 우비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 큰 공연장의 객석을 찾는데 수월하도록 고속도로 노면색깔 유도선 같은 티켓별로 색깔 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대에 그려놓기도 했다.

전날 공연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진행요원이 업고 이동하는 임영웅의 성향을 닮은 스태프들에 대한 미담도 계속 전해졌다. 임영웅은 이날 공연에서 해당 진행요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어제 우리 연로하신 어르신을 업은 진행요원이 한 분 계신다. 여기 2층에 계시다고 들었다. 고맙다. 정말 멋진 일을 하셨다. 진행하시는 모든 분이 친절하게 진행해주셨다. 따뜻한 박수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최근 한 트로트 가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해당 신(Scene)이 혼탁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 이렇게 임영웅과 그의 스태프 그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질서 정연한 영웅시대는 소중한 본보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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